2010년 2월 27일 토요일

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'머리말' 전문


2005년 3월 18일 ... 루이스 캐럴에 관한 세계 최고의 연구가 중 한 사람인 마틴 가드너는 <이상한 나라의 앨리스>와 <거울 나라의 앨리스>에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던 ...




머리말

 

황금빛 햇살 가득한 오후

우리는 한가로이 물 위를 미끄러지듯 흘러가네.

작은 두 팔은 노를 젓고,

작은 두 손은 헛손질을 하며

한가한 우리 여행을 이끄네.

 

아, 짖궂은 세 아이여! 이런 시간,

이렇게 꿈같은 날에,

그날의 가장 작은 깃털조차 흔들지 못할 정도로

약한 숨결 같은 이야기를 해달라 조르다니!

하지만 가여운 이야기꾼이

어찌 이야기를 조르는 세 아이 요구를 물리칠 수 있으리.

 

마음이 급한 첫째는 상기되어

<빨리해요!>라 명령하고

둘째는 기대에 차서 좀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

<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안 돼요!>라 바라고

셋째는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고

조바심치며 이야기를 가로막누나.

 

이윽고, 돌연 정적이 흐르고

세 아이는 상상 속에서

기상천외하고 새로운 마법의 땅을 여행하며

새와 짐승과 정답게 이야기하는

꿈의 아이를 쫓아다니고

그게 정말이라 믿누나.

 

그리고 결국, 이야기 밑천이 바닥나고

지친 이야기꾼이 힘없이

<나머지는 다음에>라며 머뭇거리면

아이들은 <지금이 다음이에요>라며

행복하게 외치누나.

 

그리하여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는 늘어나노라.

그렇게 천천히, 하나 그리고 또 하나씩.

신기한 사건들이 펼쳐지고

이제 이야기는 끝이 나노니,

즐거운 우리는 저무는 해를 뒤로하고

집으로 노를 저어 돌아가노라.

 

앨리스! 이 순진한 이야기를

그 부드러운 손으로 받아

어린 시절의 꿈으로 엮은

추억의 신비한 띠에 수놓아 주렴.

 

아주 먼 나라에서 만든,

시들어 버린 순례자의 꽃다발처럼.

 

(p.9-11)

 


루이스 캐럴 지음, 머빈 피크 그림, 최용준 옮김,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, 열린책들, 2007